keep going... 디아스포라


 인터라켄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30분 남짓...라우터부르넨
이곳을 여행하는 배낭족들에겐 나름 인기가 있는 밸리하우스, 도미토리
이미 예약이 꽉 차서, 결국 6인실 도미토리에서 이틀을 머물게 된다.
싱가폴 남자 한명, 중국 남자 한명, 유럽 여행객 남,여 1명씩...
커플인듯 보이는 20대 초중반의 백인 남녀는 이상하게도 대각선으로 떨어진 침대를 이용한다.
백인 남자는 섬세하게, 아니 조금 예민하게 생겼고 과묵하다. 백인여자는 아직은 애띤 조금은 철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여행중에 만났는지, 원래 함께 여행을 시작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다만, 이 도미토리 룸에서 조용조용 내일의 계획을 짜고, 다소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한명 두명, 다들 책을 펴들고 내일의 일정을 계획한다. 그리고 하나 둘... 잠을 청한다.

자정이 얼마넘지 않아서, 천둥소리에 잠을 깬다. 지금껏 들어본 코골이 소리중 최고다.
소리의 근원이 어디인지...살짝 눈을 떠 보니, 아마도 다들 같은 처지인듯...
뒤척이는 백인여자... 자는 듯 보였지만, 백인 남자도 사실은 잠을 이룰수 없었다.
그리고 아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keep going...keep going...여자에게 말한다.

조금 우스운 상황이지만, 그 백인 남자의 목소리는 너무나 감미롭고 아름다왔다.
무심한듯 하면서 정감이 있는 좋은 목소리...
목소리 하나 만으로도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녁이 되어서, 배낭을 메고 방을 떠나는 그들...
오늘의 일정은 조금은 피곤하겠다. 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니까...
하지만, 다시 돌아온 곳으로 되돌아 가려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keep going 해야한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로 부터 디아스포라


나는 김연수의 책을 읽지 않았다. 몇번 읽을 기회가 있었으나, 뭔가 나랑은 맞지 않는 문장이라고 단정지었다.
이번에 우연하게 들고온 한국책은 딱 한권. '청춘의 문장들'. 비슷한 연배의 동시대를 살아가는...친구의 절친이기도 한..
김연수란 소설가의 글을 통해 다시금 드는 생각들이 많아졌다.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키친 테이블 노블은 애잔하기 그지없다. 어떤 경우에도 그 소설은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씌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스탠드를 밝히고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여 나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돌아와 뭔가를 한없이 긁적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지만 긁적이는 동안 자기 자신이 치유받는다. 그들의 작품에 열광한 수많은 독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키친테이블 노블이 실제로 하는 일은 그 글을 쓰는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저, p60>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시를 쓰던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학교가 체류탄으로 자욱했던 그 시절,  매일 읽어도 모자란 수많은 새로운 사상서들을 보면서 학교주변 허름한 막걸리집, 호프집에서 그 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누가 생일이 되면, 당시 가장 가격이 저렴했던 문지나 창비의 시집을 선물했다. 2천원이면 시집 한권을 사서 멋지게 축하의 말을 적어 선물을 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더 이상 시집을 사지 않았다. 더 이상 시를 읽지도 않았다.
졸업을 하고도 10여년이 지난 어느날...누군가의 미니홈피에서 너무나 좋은 시라고 소개된 시를 읽었다.
그 친구는 계속 시를 쓰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리고 밤이면 책상머리에 스탠드를 밝히고 밤새 시를 썼다.
나는 그 친구가 그냥 유명한 시인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밤마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고, 자신의 감정을 정제했다.

'청춘의 문장들'은 가물거리던 나의 기억들은 되찾게 했다.
그것도 이 낯선 땅에서...


다른 나라에 산다면 인생이 달라질까? 디아스포라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잘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딘가로 옮겨가는 것을 내 영혼은 언제나 환영해 마지 않는다.     -보들레르

방안에 커다란 세계지도를 붙여놓고
들여다 본다
어디에서 살고 있나?
어디에서 살고 싶니?

이것은 이번 여름엔 어디로 여행갈래?
휴가땐 어디 갈거니? 와는 다른 차원이다.

다녀온 나라, 도시들은 15가지 색의 색연필로 칠해본다.
그 과정도 간단하지는 않다.
이 나라는 파란색이 어울리는데, 내가 간 그 도시는 파란색보다 보라색이 어울린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변하는 하늘의 색과 빛의 변화처럼,
내가 생각하는 도시의 이미지도 한가지 색으로 규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강행한다.

에릭 와이너 Eric Weiner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겠다는 기상천외한 여행을 나선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 the geography of bliss'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잘 살 것 같은 느낌이다.

행복은 끝없는 관대함이다-네델란드
행복은 완벽함에서 오는 권태다-스위스
행복은 국가의 최대목표다-부탄
행복은 복권당첨이다-카타르
행복은 실패다-아이슬란드
행복은 어딘가 다른 곳이다-몰도바
행복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태국
행복은 진행중인 작업이다-영국
행복은 모순이다-인도
행복은 집이다-미국

다시 돌아온 런던은 도심 자체가 공사중이다.
이곳은 다른 유럽 도시와 처음부터 달랐다. 유럽식 여유보다는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메트로폴리탄이다.
피카딜리나 옥스포드 서커스 같은 곳은 밤 10시가 넘어도 성행중이다. 밤 8시가 넘어가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다른 유럽의 대도시와는 다르다. 밤이 움직이고 판매가 이루어지는 도시다.
그리고 지금은 공사가 매일 매일 행해지는 곳이다.

영어보다는 온갖 이국어들이 더 많이 들리고
그 한가운데 보호장비를 갖추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과 조깅을 하는 사람과
지도를 들고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런던이다.

또 다시 세인즈버리와 테스코와 모리스와 같은 슈퍼마켓에서의  소비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갔구나,,,





들꽃 - 곰배령 hope of journey

능선을 타고 산을 오르다 보면, 숲 사이로 한줄기 빛이 비추는 곳이 있다.
계곡속으로 비춰지는 빛...
사진을 찍다 보면, 산을 보건 숲을 보건 자꾸 빛을 따라가게 된다...



이끼와 작은 풀잎의 조화



생각보다 보라빛 꽃이 많아서...
놀랬다...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맛있는 초콜릿으로 만든 버섯? 이쁘게 생겼지만, 독버섯!




금강초롱꽃... 고도가 높을 수록 보라빛이 진해진다.


2시간 반쯤 오르니, 곰배령 정상이 나온다...사방으로 온갖 들꽃들이 한가득이고..
바로 점봉산 정상이 보인다. 다만, 여기까지만 입산이 허용되어 있고,
정상까지는 가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봄에 오면 봄꽃이, 가을에 오면 낙엽이... 계절별로 아름다울 듯~



입산 허가도 그렇고, 산에 들어가도 숲 해설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또,하루에  입산 할 수 있는 인원도 정해져 있다.
전날, 곰배령 입구에 있는 꽃님이네 집에서 머물렀다.
꽃님이네 집을 지키고 있는 달님이와 별님이...
간밤에 그들은 자고 있었지만,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대신 꽃님이네 집을 살펴주었다.
마침, 초승달이라. 오래전 병산서원 앞 뜰에서 보았던 그 별만큼
가득한 별을 볼 수 있었다.

뒷모습


미셀투르니에의 글과 에드아르 부바의 사진이 담긴, 뒷모습이란 얇은 책이 있다.
나의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뒷모습을 찍곤한다.
그러나, 그 뒷모습에도 묻어 나올 것은 다 묻어나오는 법...
다른 지역, 다른 시간들의 사진속에서
몇장 추려보는 뒷모습...


작년 이맘때즈음.. 나는 이곳에 있었다. 그리스 북쪽 어느 마을..
사람들은 페스티벌을 즐기고, 난 수블라키, 그릭 샐러드, 판매용 샌드위치 등을 만들고
아침이면 그리스식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먼산을 바라보곤 했다.
올해도 역시 에코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올 수 있냐는 메일이 왔다.
해마다 생각날 것 같다.


노르웨이... 베르겐...
내가 딱 좋아하는 위치에 서 있는 커플.
어두운 돌 성곽문 밖으로는 항구가 있었다.
뭔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 듯한 느낌...





그리스 남부.. 그녀를 따라다니는 세마리의 고양이를 옆에 두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한 채,
그저 고양이와 낚시에만 집중한다.




몰타에서 만난 독일 부부.
노란 몰타 버스를 타고 새로운 곳으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아이처럼,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며, 한곳을 바라보고
여행을 다닌다.

그들의 앞모습엔 어떤 고통이 어떤 행복이 더 담겨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들의 뒷모습이 너무나 평온하게 보인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